본문 바로가기

프랑스유학3

4. 자리잡다. (s'installer) 어학원에서 받아 든 기숙사 주소지에 앞에 도착한 시간, 19시 48분. 이미 커다란 이민가방의 바퀴 두 개는 부서지고, 바퀴를 고정하는 쉬마저도 닳아버려 가방의 한쪽 바닥은 지면에 닳아 있었다. 조금만 더 이동했다면, 가방의 내용물이 닳아버린 이민가방 아래로 쏟아져 나와 벼룩시장처럼 거리에 옷가지들과 소중하게 싸 온 고추장과 각종 양념들을 늘어놓을 뻔했다. 아찔했다. '113 Rue Jean Jaurès, 92300 Levallois-Perret' 기숙사 주소. 한국에서 생각하는 기숙사의 느낌과는 달랐다. 아니, 한국에서도 기숙사 근처엔 가본적도 없었기에 한국의 기숙사도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TV에서 본 기숙사의 이미지와 달랐던 것이다. 부드럽게 연마된 대리석이 건물을 감싸고 입구로 보이.. 2023. 11. 10.
2. 오페라 길(Avenue de l'Opera) 정신을 차려보니 파리 시내 오페라(Opera Garnier) 앞에 서 있었다. 떠나오기 전에 미리 인터넷에서 어학원 위치와 숙소 위치를 파악해둔터라 방향만 알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외국인, 이방인. 내 앞에는 새까맣고 커다란 이민가방이 있었고, 등에도 커다란 백팩을 매고 있었다. 29년을 살아 온 삶의 무게,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심에 비하면 조촐한 짐이었다. 뒤로는 오페라에 들어가는 입구를 오르는 계단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출입 문으로 보이는 문들이 있었다. 그 문들 양옆으로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조각들이 위치해 있었고, 위로는 테라스, 또 그 위로는 금장으로 장식된 조각상들이 한낮의 햇볕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9월 말, 파리의 날씨는 아직도 무더웠.. 2023. 10. 27.
1. 국외자(L'etranger) étranger [ etʀɑ̃ʒe ] 형용사 1.외국(인)의 2.외교의, 국제관계의 (주어는 사물) 낯선, 생소한,무관한 (주어는 사람) (에) 관심이 없는, (에) 어두운,(와) 관계가 없는 명사 1. 외국인 2. (어떤 집단에 대한) 외부사람, 국외자(局外者) 요란한 엔진음으로 실내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작동 직전의 거대한 기계 안에 들어 와 있었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승객분들은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십시오.' 느리게 이동하던 기체는 한 곳에 가만히 멈춰 섰다. 모두 앞을 향해 앉은 사람들은 상기돼 있었고, 승무원들은 이륙준비로 부산스러웠다. 손바닥만 한 창을 통해 보이는 회색빛 활주로와 창을 반절로 나눈 새파란 하늘. 언젠가 잡지에서 본 북유럽의 작은 마을 같은 회색.. 2023.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