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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가을맛 크리스피도넛

by panicmonk 2023. 10. 20.

비가 내리고 완연한 가을날씨가 됐다.

얇은 긴팔면티 위에 후드티를 입히고 나갔다가 쌀쌀한 날씨에 약간 두께가 있는 조끼를 덧입히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 시켰다.

혼자 걷지 않으려 언제나 안아서 등원 시켰는데, 그제 하원할 때 부터는 혼자 잘 걷는다.

그리고 어린이집 입구에서도 울지 않고 잘 들어갔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집으로 서둘러 돌아와서 일하러 갈 준비를 했다.

 

집에서 몇정거장 되지 않는 지역에서 진행하는 개인레슨이라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어제처럼 대중교통으로 1시간 거리에서 진행하는 수업은 아이 등원시간을 앞당길 수 밖에 없다.

 

오늘 오전수업은 웹툰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레슨생을 지도하는 것이다.

1화의 채색을 진행하고 있고, 동시에 2화 콘티를 준비하고 있다.

아이러니.

난 아마추어 웹툰작가. 대형포털의 도전만화에 올렸던 경험으로 지도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프로만화가를 꿈꾸는 중이다.

 

지금 수업을 진행하면서 '보컬트레이너'를 생각했다.

유튜브에서 연관 검색으로 화면에 떠서 봤던 영상에는 보컬트레이너들이 가창력이 좋은 가수들이 어떻게 발성을 하는지, 노래를 어떻게 부르는지, 등에 관해 이야기 하는 내용이었다.

보통은 생각한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성인이되고 빠르면 20대에 늦으면 3,40대에 알게되는 것 같다.

가수가 되고 싶었고, 지금도 준비 중인 '보컬트레이너'.

물론 보컬트레이너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주인공 같은 최종 목표가 될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은 자신에 빗대어 상황을 인식하는 것 처럼, 지금의 내 상황은 만화가가 되고 싶은 아마추어가 지도하는 만화수업을 진행하는 '아마추어 만화가' 인 것이다.

어쩐지 씁쓸한 맛이다.

아마 가을에 맛이 있다면, 이런 맛이겠지 싶다. 커피처럼.

반면에 보람도 있다.

매주 성장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레슨생을 보면 뿌듯하고 신난다.

대리만족이겠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역사안 상가에서 파는 '크리스피도넛'을 샀다.

도넛 6개에 만원은 어쩌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머리가 지끈거릴 만큼 달달한 도넛을 입안가득 넣고 씹으며 커피를 마시는 생각을 하면서 난 이미 결제하고 있었다.

 

전철을 타고 오면서 손에 들린 도넛을 생각했다.

 

전철을 내려서 집으로 걸어오는 길, 기분좋은 가을바람이 옷 틈을 비집고 하늘은 새파랗다.

나뭇잎은 진초록, 진노랑, 다홍, 갈색.

 

가을맛 도넛을 들고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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